쿼런틴. 잘 기억은 안나지만 한 4년 전 쯤에 읽었던 것 같네요. 지금은 아쉽게도 책이 없어서 기억에 의존하여 소개. 

그나저나 초쿰 생소한 단어죠?
Quarantine;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람/동물의) 격리.
중이병스런게 뭔가 그럴싸해!

'격리'에서 isolation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당신은 이미 뼈속까지 실버라이트 개발자.

quarantine과 isolation 둘다 보통 '격리'로 해석하는데요, 사전을 뒤져봐도 차이가 좀 알쏭달쏭하죠?
사전에서는 둘 다 '질병, 전염병'으로부터의 격리를 의미하고 다만 아이솔레이션이 좀 더 넓은 의미로 사용 되죠.
한편 미국 질병 제어 및 방지본부(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의하면 이 두 단어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사용한다는군요. http://www.cdc.gov/ncidod/sars/isolationquarantine.htm
  • isolation; 이미 발병한 사람을 격리
  • quarantine; (질병의 원인 혹은 장소에) 노출되었지만 아직 발병하지 않은 사람을 격리
즉, 이 소설의 제목은 무언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 혹은 장소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격리한다는 걸 의미하죠.
(물론 작가가 CDC의 정의에 따라 제목을 지었으리라고 생각친 않아요.^^)

각설하고,
예쑤이사에서 퍼온 시놉시스를 인용하자면...
2034년 11월 15일 - 어느날 지구의 밤하늘에서 별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름이 명왕성 궤도의 두 배나 되는 정체불명의 검은 구체 버블(bubble)이 태양계를 완전히 감싸버렸던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혼란과 폭력을 불러온 이 초유의 사태도, 33년이 지난 지금은 이미 인류의 일상생활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2066년 - 전직 경찰관이자 사립탐정인 닉은 24시간 완벽한 감시 체제하에 있는 병원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린 젊은 정신지체 여성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익명의 의뢰를 받는다. 그는 이 여성이 오스트렐리아 남부의 독립국가인 <뉴 홍콩>의 한 연구소로 보내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추적을 개시하는데....
시작부터 뭔가 압도적인 스케일이죠.
이제 잠시 망상공상을 해보죠. 만약 어느 날 예고도 없이 하늘의 별이 사라진다면? 밤하늘엔 달과 금성, 화성, 목성 정도만 보이고 아무런 별도 보이질 않는다면?
예? 지금도 별이 안보인다고요? ...예 뭐... 한 20년쯤 지나면 별로 이상하지 않은 일이지도요. 쳇.

음음.
그건 아니겠죠?
아마도 쌩난리가 날거에요.
당장 과학자들의 호들갑스런 그리고 새로운 천체 현상에 다소 흥분된 모습으로 인터뷰와 기자 회견을 제껴댈테고,
종교인들은 헬게이트가 열렸다는 둥, 심판의 날이 왔다는 둥, 그러게 평소에 XX 믿지 그랬냐는 둥...
그러면서도 이제와 회개 하겠다고 통곡하고 -잠시나마-진심으로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전 재산을 내던지는 수 많은, 말 그대로 수 많은 사람들을 보며 내심 흐뭇해하겠죠. 또 일부는 한 밑천 잡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기뻐할지도요.

한 몇 주일 정도는 세계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고 폭동, 약탈, 범죄-특히 강도, 살인, 강간 등- 그리고 자살이 산발적으로, 그리고 점차적으로 많아지면서 지역에 따라 내전 상태에 돌입... 아마도 국가간 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생기겠죠.

그리고 수 년이 지나면 점차 잠잠해지면서 사람들은 이 난리를 수습하기 시작하겠고, 아마도 종교-다분히 세기말적인-가 전지구적으로 융성하고 이런 사태를 예측조차 못한 현대 과학에 대한 냉소가 팽배하고 또 심리적으로 음울하고 불안하겠지만, 여전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세상이 되겠죠.

작품의 도입은 이러한 상황을 아주 담백하게 묘사하고 본격적인 무대인 현재(2066년)에서 시작합니다.
시놉시스의 다음 부분은...
그냥 관심 있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시고, 콜록;

양자물리학.
뭐랄까 적당히 요약만 읽어봐도 '아 그렇구나!'라고 이해 할 수 있는 고전물리학과 다르게 아무리 관련 서적, 글을 읽어봐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양자물리학은 내 지성의 한계를 절감하게 하는 괴물 같은 녀석이죠.
문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세상.

그런 제가 무슨 양자물리학에 대해 설명하거나 하는 건 프로그래밍 개요 한줄 읽고 내일 당장 OS를 만들어 바치겠노라고 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얘기.
...해서 대애충 이 작품에 노골적으로 걸리적거리는 그놈의 양자물리학적 지식을 대충 훑어만 보죠.

일단 많은 분들이 들어 봤을 법한 얘기...
"깝ㄴㄴ 우리가 측정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거지,
신이 미래를 걸고 주사위 놀음이나 할 것 같음?"

플랑크, 아인쉬타인, 슈뢰딩거 등은 스스로 양자물리학의 기반이 되는 논문과 이론을 남기고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으면서도 양자물리학이 말하는 확률적인 세상에 대해 끝내 받아들이질 못했죠.

당췌 뭔 소리래?
저도 사실 아무것도 몰라요. 뉴튼 역학(F=ma)까진 공부라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드는데 이쪽은 아예 시작 하기도 전에 GG.
그래도, 유튭느님은 저 같이 무식한 것들을 위해, 어차피 봐도 이해를 못할 걸 아시면서도 친히 동영상을 제공해 주십니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슈퍼 스타(?) 퀀텀 박사의 이중슬릿 실험에 대한 영상. 한글 자막 버전!



그러니까, 빛의 이중성 -회절 실험 등에서는 파동(wave)의 성질을 가지기도 하고 광전효과 실험 등에서는 입자(particle)의 성질을 가지기도 하는-이 빛 뿐만 아니라 전자나 양성자... 심지어는 우리 자신도 물질 혹은 파동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보는 대상은 그 대상이 가진 고유한 상태 혹은 물리량이 아니라 측정(관측)에 의한 상호작용에 의해 얻은 측정 값일 뿐...
...음 뭔소린지 원... 안그런가요? 이걸 알아먹을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다면 강의를 뛰고 있었겠죠. 허허.

어쨌건, 이 작품에서는 동영상에서 잠깐 언급하는 '파동함수의 수축(collapse)'을 아주 지겹게도 써먹어요.
이 작품 참 대인배스러운게 째째하게 광자, 전자 따위의 초미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가 모든 경우의 수를 중첩하여 가지고 있고 우리는 단지 관측에 의해 그 모든 경우의 수 중 한 가지로 결정되어 나타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설정하는거죠.
다시 말하자면, "니가 달을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달이 존재하지 않은거냐?"라는 질문에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거죠.

앞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그런 양자적인 세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다만 결과로써 느끼는 세상에 살고 있대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하나의 재밌는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이런 상태 확률을 제어할 수 있다면?'

시놉시스에 설명하는 여성의 실종 혹은 탈출은 바로 이런 의문과 연결되어 있죠.
역시 자세한 게 궁금하신 분은 도서관으로 ㄱㄱ.

쿼런틴은 이렇게 일반인에게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물리학을 작품의 가장 주요한 소재로 써먹는 본격적으로 '하드'한 SF에요. 물론 작가가 수학자 출신이라 전공을 잘 살린 점도 있겠지만 양자 물리학이라는 초미시적인 세계를 소재로 하면서도 명왕성 궤도의 두배나 되는 공간이 격리된다는 거시적인(?) 스케일을 동시에 갖춘 '재밌는' 작품이에요. 마지막에 드러나는 이러한 상황의 원인과 파동함수의 수축과 확산을 제어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더욱 기묘한 현상은... 만화적이기까지하죠.

글을 쓴 목적?
히히 진짜 재밌는 작품이니깐 한번 읽어보시라고요.
혹시 구입하시면 저도 다시 한번 읽게 빌려주시고.

마지막으로 넋두리나 하고 이 허접한 글 보다는 읽을 만한 링크를 던질게요.

최근에는 물리학이나 수학을 (교양으로)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물론 생각만;;; 실제로 책 펴면 10분 안에 잠들 수 있더군요;
제가 불면증이 없는 이유 중 하나 -> 침대 머릿맡엔 항상 해석하기 힘든 글자 많은 책이 구비되어 있습니...-_-;

여튼간, 학교다니면서는 단언컨대 단 한번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적 없었던 공부.
차라리 그 때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어 봤더라면, 또는 그 때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GUI 게임을 만들어 봤더라면...
적어도 지금처럼 물리학과 수학에 무지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뭐, 그렇다고 중고딩때 죽을 듯이 게임만 했던게 후회되냐면 그렇지만은 않지만요;;;
그건 그것 나름 재밌었...죠.

약속한 읽을 꺼리.
혹시 네이버 캐스트 즐겨보시나요?
네이버가 딴건 몰라도 이것 만큼은 정말로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콘텐츠가 수북해요.
그것도 거의 매일 업데이트! 아 이 부부은 정말 행복해.
여기서 얘기한 양자물리학에 관한 내용은 다음 시리즈를 차례로 읽어보면 이해하기 쉽....진 않고 뭔가 알듯 말듯 해요. ㅎㅎ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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